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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밀한 자화상
우연히 돌담에 심어진 선인장을 본 적이 있다. 가시 끝의 뾰족한 날카로움은 나로 하여금 담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했다. 타인의 접근을 견제하기 위해 선인장을 심었을 누군가의 그 행위는, 결국엔 미약하고 별것 아닐 수밖에 없는 내 안의 방어적 태도와 연결되었다.
핀은 돌담 속 선인장 가시 역할의 대체물이다. 핀과 나의 이미지는 그림 안에서 다양한 내러티브를 이끄는 소재가 된다. 핀이 갖는 차갑고 날카로운 물성은 디테일하게, 나의 손과 얼굴 이미지는 주로 단순·생략하여 재현한다. 재현된 핀과 나의 이미지는 그림의 비현실적 상황 안에 재구성되어 자기 고립의 상태를 연출한다.
재구성의 과정에서 그릴 이미지와 여백의 크기관계, 인물과 공간의 크기관계, 시점 등 화면구성의 세부적인 측면을 고려한다. 그리는 과정에서의 이러한 의도들을 통해 내 그림이 그림을 보는 관객들 각자의 내밀함에도 말 걸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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